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Death ~ Life] 02. 끝에 대한 생각으로부터 얻은 지금
    tell 2021. 4. 19. 07:50

     

    죽으면 끝이라는 이야기를 곳곳에서 듣는다. 나도 어느 정도 동의한다. 죽으면 이 세상에서의 삶은 끝이다. 아무것도 갖고 가지 못한다. 지금 내 옆에서 많은 일들을 수행해주는 스마트폰? 갖고 가지 못한다. 나를 평안케 만들어주는 미술작품? 갖고 가지 못한다. 열심히 쌓아 올린 명예? 갖고 가지 못한다. 이러한 '끝', 그니까 인생은 유한하다는 진리는 종종 마음을 먹먹하게 만든다.

    예전에 허무함을 느꼈던 적이 있다. '죽으면 끝인데 내가 이걸 왜 해야 하는 거지', '내가 이걸 왜 이루어내야 하는 거지'라고 혼자 중얼중얼거리면서 말이다. 그때는 너무 허전했다. 지금 나의 삶이 모두 다 산산조각 나버리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아예 소멸해버린다는 것 같아 꽤나 쓸쓸했다.

    하지만 지금은 괜찮다. 허무하지 않다. 그렇게 허무하지 않을까 이리저리 예측할 시간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돌아갈 수 없는, 기억할 수는 있으나 사르르 녹아버리는 인생 중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 즉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괜찮은 태도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또한, 그 끝과 끝 너머의 모습이 정확히 어떤지 우린 아무도 모르니까. 정말로 허무할지 허무하지 않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정말 죽으면 가져갈 수 있는 게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죽음을 향해 가는 과정을 마냥 허무하게만 느낀다면, 어차피 끝인데 이걸 왜 하냐며 불평불만만 늘어놓으면 내 손해다. 그 끝을 향해 가는 과정에는 많은 것들이 있고, 그 무수히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는 오감이 나에게 있다. 때문에 허무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지금을 마음껏 음미하고 나누는 자세를 취하는 게 더 좋다 생각한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 해야 하는 것,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며. 즐겁게. 최선을 다해. 감사로!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길 끝에서 느낀 거대한 허무가 아니라 길 위의 나를 곱씹어보게 되었다. 그때 내가 왜 하루하루 더 즐겁게 걷지 못했을까, 다시 오지 않을 그 소중한 시간에 나는 왜 사람들과 더 웃고 떠들고 농담하며 신나게 즐기지 못했을까,
    어차피 끝에 가서는 아무것도 없을 텐데. - 걷는 사람 하정우, 26p

     

     

    [D ~ L] D는 Death와 Dot을, L은 Life와 Line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죽음으로부터 인생을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가 찍는 점이 선이 되길 소망합니다. 우리의 발자국이 우리 개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연대의 선이 되길, 죽음을 통해 인생을 생각해보는 장이 부드러워지길, 많은 이들이 죽음을 생각하니 살고 싶어 졌다 말할 수 있길 바랍니다. 
    - 
    Lydia, Moje, Jita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