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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내일들book 2021. 4. 15. 21:14
저는 그때 내가 나를 좀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에 대해 너무 무지해서 이렇게 힘든 것만 같았거든요. '애니어그램'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10-15명이 소그룹으로 모여 대화를 하고 설문도 하면서 내가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나와 다른 유형의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일종의 성격 검사예요. 그걸 통해서 내가 이런 사람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왔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어요. 때때로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내 모습에 내가 틀린 건가? 하고 의문을 갖기도 했고, 이렇게 해야 사람들이 나를 더 좋아해 주지 않을까, 일이 더 잘 풀리지 않을까라는 고민도 있었거든요. 한데 내가 이런 사람이기 때문에 이럴 수밖에 없구나 하고 납득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진 거죠. 그러면서 편해졌어요. 내가 나대로 사는 것에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근데 저 잘 다쳐요. 당연히 누군가 나를 다치게 할 수 있죠. 언젠가 제자들에게 '너를 진짜로 상처 낼 수 있는 사람은 너 밖에 없다'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최종적으로 네가 너를 상처내지 않으면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어서 그 말을 한 건데 저 역시 저에 대해서 그렇게 믿고 싶거든요. 어떤 일이 일어나도 그것을 상처로 만들지 않을 힘이 나에게 있다고 말이에요. 회복의 힘이 내게 있으니까. 일단 잘 살아보고 싶어요.
시대의 어른들이 보여주는 혜안까지는 아니더라도 너그러운 할머니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청년들의 호흡과 보폭을 따라가며, 시대를 갱신하며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성공한 인생일 것 같다. 만나온 여성들과 앞으로 만나게 될 무수한 여성들, 나의 내일들에게 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인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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