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문장수집] 꿈은 없고요. 그냥 성공하고 싶습니다.
    book 2022. 4. 29. 16:43


    jita: "이렇게 통쾌하고 솔직한 책이라니. 개척자처럼 사는 요즘. 이 책은 내가 부정적인 소리를 짓밟고, 내 길을 가도록 이끌어주었다."

    - 이 과정은 생각보다 쪽팔린 일이다. 왜 흙을 파먹냐며 조롱하는 누군가의 손가락질을 애써 외면해야 한다. 끌어줄 선배도 없고 경력자가 많아 노하우가 있는 팀도 아니다. 저 위의 결정권자인 누군가가 없애라고 하면 단번에 사라질 수도 있다. 회사에서는 아무도 직접적으로 얘기한 적 없지만 그저 약자의 직감이다. 야수들로 가득한 정글에 떨어진 토끼 한 마리처럼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게 현실이었다. 자연의 법칙대로, 그렇게 저절로 토끼는 생존 본능을 기르게 됐다.

    - 곧 밟혀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절실함으로 일했던 사회초년생. 메이저로 인정받지 못하는 마이너. 분하지만 이것이 결국 나의 정체성이다. 이런 나를 외면하지 않으려고 한다. 정체성을 계속 유지하며 성장해보고 싶다. 주인공이 되어서 피날레를 장식할 수는 없겠지만 가끔 씬스틸러가 되는 행운이 나에게 오지 않을까.

    - 적나라하게 욕심을 보태자면, 이 책을 읽고 우리 안의 전투력을 끌어올려 누구 하나라도 성공했으면 좋겠다. 주식이나 부동산이나 로또 같은 횡재가 아니더라도 성공의 방법과 의미는 여러 가지니까. 절대 깨지지 않을 것 같은 돌판에 새로운 균열을 내서, 거기에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서, 이런 성공도 있다고 보여주기를 바라고 또 응원한다. 이 마음이 책을 읽고 있는 지금 당신에게 제대로 전해진다면 이 책을 쓴 나 또한 어떤 의미로 성공한 것이다.

    - 진짜 미디어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를 동료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기존에 만들어놓은 선 안으로 침범할 수 없게 담장을 쌓아 올렸다. 그들은 메이저였고 우리는 마이너였다.

    - 단 한순간도 대충 만들지 않았다. 그래서 당시 재재 언니와 함께 칼을 갈았다. 이왕 시작한 거 버텨보자고, 완벽히 준비해서 우리의 일을 가볍게 여긴 이들의 엉덩이를 걷어차 주자고 결의했다.

    - 사회가 암묵적으로 정해놓은 메이저의 담장이 있다. 그리고 그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노력한다. 그렇지만 꼬 극 안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지금 있는 자리에서 나 혼자 담당을 만들고 '메이저'라는 이정표를 써넣으면, 그때부터 나는 메이저가 된다. 남들에게는 내 담장이 낮고 허름하여 하찮게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일을 하고 있는 나마저 쉽게 여기면 안 된다. 내가 하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쓸모 있는 일이라고 나부터 최면을 걸 필요가 있다.

    - 이것들이 묘하게 불편했던 이유는 마치 나에게 벌어지는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내가 사회생활을 하며 임하는 진지한 태도를 우습게 보는 어른들도 있고, 나의 전문성을 발휘하는 걸 기대하기보다는 회식을 하며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기대하는 어른들도 많았다. 그런 지점들이 아이돌이 방송에 나가서 받는 대우와 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나를 불 편하게 만든 거...

    - 이렇게 케이팝은 기억을 소환하는 좌표가 되고, 좀 더 거창하게 말하자면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기억을 사라지지 않게 만들어주는 힘이 된다.

    - 이제 90년대생이 사회에 나왔고, 우리는 어른들이 풀어냈던 방식에 균열을 내야 한다. 드디어 우리 세대의 방식으로...

    - 그때부터 멀리 보지 않기로 했다. 당장 오늘 나에게 찾아온 기회만 잡으면서 살기로 했다. 꿈을 가져봤자 번번이 타인에게 까이는데 인생에 손해만 주는 꿈을 굳이 또 가져야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현재 일하고 있는 뉴미디어 분야에 더 몰입하게 된 계기다. 앞서 말했다시피 처음부터 뉴미디어에 원대한 꿈이 있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나에게 합격 목걸이를 준 곳은 이곳만이 유일하다.

    - 나를 원하지 않는 곳에 미련을 두는 것은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를 원하는 곳에서 최선을 다할 때 어떤 결과가 있을지 궁금해졌다. 학창 시절부터 난 드리머였는데 인생에서 처음으로 꿈 없이 살아가는 날들이 시작됐다. 불행할 줄 알았지만 이룰 것이 없으니 반대로 아주 행복했다. 짐이 가벼워져서였을까. 회사에 출근하는 모든 날들이 즐거워졌다.

    - 직장에서의 지위가 아닌 직업에 대한 목표가 생기니 회사에 가는 게 즐거워졌다.

    - 그럼에도 내 방식대로, 직장인보다는 직업인으로서 살아남겠다. 만약 살아남지 못한다면? 겁먹을 필요 없다. 나연이와의 관계처럼 회사와 좀 멀어지면 그만이니까.

    - 사회에 나와 일하면서 느낀 건, 시작은 생각보다 호락호락하다는 거다. 처음은 무조건 근사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훨씬 넓어진다. 대학생 때까지는 좋은 운동화를 신어야만 경주에 참여할 자격이 주어진다고 생각했다. 맨발로 가면 입장권도 안 주는 줄 알았다. 경주에 가까스로 참여하더라도 사람들이 나를 손가락질할 거라고 생각하며 겁먹었다. 그런데 입장권을 안 주면 한편에서 나만의 트랙을 만들어서 뛰면 된다.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면 옆은 보지 말고 앞만 보고 뛰면 그만이다. 이걸 알고 나니 하찮은 시작을 맞이한 나를 응원하게 됐다.

    - 그래서 나는 무엇이든 좀 헐렁하게 시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시작이 하찮다고 결과까지 하찮은 건 아니니까. 좋은 운동화가 없어도 맨발로 가볍게 출발선에 서는 일에 더 익숙해졌으면 한다. 밟혀서 때가 탈 운동화가 없어서 그런지 용감해진다. 앞으로도 남들이 '왜 저런 걸 하지?'라고 여기는 일들을 그냥 할 거다. 끝에 끝에만 살아남으면 되는 거지 처음부터 멋있을 필요는 없다. 작고 하찮고 허접하게 무언가를 시작하는 사람에게 동정보다 용기를 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시작을 앞둔 사람이 곁에 있다면 좀 호락호락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면 좋겠다.

    - 시작이 하찮다고 결과까지 하찮은 건 아니니까.

    - 분하고 억울한 만큼 나에겐 실패할 권리가 충분히 주어졌다. 실패해도 회사엔 큰 타격이 없고 혼을 내는 상급자도 없다. 매일 새로운 영상을 제작하며 기초 체력을 쌓았다.

    - 꼭 두 가지의 방식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건 아니다. 두 지점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살아도 된다. 청춘을 다 바쳐 살다가도 어느 순간 뚝 끊고 휴식을 취하다가 충전이 끝나거든 다시 열심히 살면 된다. 어느 한쪽만 극단적으로 추구하라는 조언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두 지점 사이의 균형감이 필요하다. 그래야 실패했을 때 타격이 덜하니까.

    - 우리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자괴하기 바빴다. 수행평가 때 만점을 맞아도 나 자신을 칭찬해준 기억이 없다. 사실 엄청 대단한 일인데 말이다. 고등학생이라는 신분으로 사는 3년 동안 내가 나에게 상처를 주고 채찍질하기 바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그 시절 스스로를 학대했던 이유는, 이 모든 과정의 종착지가 '좋은 대학 진학'이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 스스로에게 실망할 순 있겠지만, 스스로를 칭찬할 수 없다 해도 자괴할 필요까진 없다.

    - 내 경우엔 스스로를 칭찬하는 정도와 자괴하는 정도의 밸런스를 맞출 때 자존감이 더 높아진다. 본인을 사랑하기만 했을 때는 오히려 내 약점을 들키기 싫어서 남들에게 그 화살을 돌리는 경우가 생긴다. 반대로 자괴하기만 했을 때는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동굴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래서 나는 나를 사랑하는 정도로 나에 대한 검열과 자책도 하는 편이다.

    - 대학으로 인생이 끝날 것 같아도 다음 기회가 또 온다고, 재수하지 말고 빨리 대학 가서 놀라고 했다. 동생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도록 돕는 일은 못해도, 좌절하진 않도록 도울 순 있었다.

    - 사랑하는 사람들의 자존감을 지켜줄 수 있는 존재가 된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 그래서 나는 타인의 자존감을 지켜줄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싶다. 이 마음은 내가 열심히 일을 하는 원동력으로도 이어진다. 타인의 삶의 민폐를 끼치지 않으면서 나의 이익까지 챙기는 꽤 괜찮은 태도가 아닌가 싶다.

    - 연출 경력이 전무한 내게 제작비를 두둑이 주며 프로그램을 맡길 회사는 없다. 하지만 나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싶었다.

    - 회사에서 나에게 혹은 우리 팀에게 아무런 지원도 해주지 않을 때, 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가 있다. 회사가 해줄 때까지 기다리는 것과 회사에 타격을 입히지 않는 선에서 뭐라도 해보는 것. 나는 후자를 택했다.

    - 그래서 나는 제약이 있는 아주 작은 일이라도 일단 한번 해보려고 한다. 나에게 찾아온 작은 기회들을 결코 하찮게 여기지 않으려고 한다. 나에게 찾아온 작은 기회들을 결코 하찮게 여기지 않으려고 한다. 누군가에게는 우스워 보이는 그 주먹만 하 눈덩이를 묵묵히 굴리다 보면 언젠가 올라프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굴리는 도중에 눈덩이가 녹거나 부스러진다면 또 옆에 있는 눈을 박박 긁어모아서 다시 작은 눈덩이를 만들면 된다.

    - "그렇구나"는 서로 변명할 시간을 줄이고 빠르게 다음 단계를 논의하도록 돕는다. 팀원이 잘못을 스스로 털어놓았을 때 팀장이 곧바로 인정해주면 상대방 입장에선 말하기가 수월해지고 개선 방향을 빠르게 논의할 수 있다.

    "팀장님. 제가 프로필 자막을 잘못 넣었습니다."
    "그렇구나"
    "넵..."
    "이런 실수가 왜 생겼을까?"
    "제가 다른 회차의 프로필 자막과 헷갈려서요."
    "다시 이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 어떤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까?"
    "출연자 프로필만 따로 정리해서 한눈에 볼 수 있게 만든 후 CG팀에 넘겨야 할 것 같아요."
    "그런 시스템을 시도해보고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

    - 폭언으로 허공을 도배할 시간에 다 같이 힘을 모아 후배의 실수를 빠르게 수습하는 편이 더 좋았을 것이다.

    - 조급하다고 급발진하지 말자. 제발 무리수 던지지 말자.

    - 망하면 미련 없이 때려치우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하는 것이다. 이 일을 나의 전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담을 느껴서 마음이 조급 해지는 거니까.

    - 복잡한 세상을 편하게 살아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각자 본업만 잘하면 된다. 본업을 가볍게 여기면 꼭 사고가 생긴다.

    - '본업을 잘해야 한다'는 말은 대단한 기술과 역량을 길러야 한다는 게 아니라 자신이 맡은 일들을 스스로 함부로 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다.

    - 본업의 의미를 너무 과하게 해석하고 발휘해도 사고가 생긴다. 자신이 맡은 일이 엄청 대단한 힘을 가졌다고 착각해서 벌어지는 참극이 '갑질'과 '비리'다. 본업을 대할 때 자부심과 자만심은 별개다.

    - 그러니까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적당히 자기가 맡은 일만 잘하면 된다. 직장 안에서는 적당한 선을 아는 사람이 가장 영리한 사람이다.

    - 연출자는 시청자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들을지 결정하고, 시청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화면을 채우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화면을 채우는 작업은 생각보다 많은 공력이 든다. 누가 나와야 할지, 세트를 써야 할지 야외로 나가야 할지, 아이폰으로 찍어도 되는지 때깔이 좋은 카메라가 필요한지, 총 몇 부작으로 제작해야 할지, 제작비는 어느 정도가 필요한지 등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렇게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시청자에게 적절한 메시지를 전달하는가이다.

    - 자신의 본업을 충실히 잘 해내려면 다른 사람의 본업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그들의 사회적 역할, 즉 본업에 있다. 여자인 가수라면 '가수'에 방점을 찍는 일이고, 엄마인 배우라면 '배우'에 방점을 찍는 일이고, 다이어트를 하는 모델이라면 '모델'에 방점을 찍는 일이다.

    - 그렇기 때문에 연출자가 본업인 나는 화면을 채울 때 출연자들의 본업에 방점을 찍으려 노력한다. 시청자가 이 방식에 더 익숙해질 때까지 해보려고 한다. 모든 사람들의 본업은 존중받아야 할 가치가 있다는 걸 전하고 싶다.

    - 눈빛은 강한데 몸에 힘이 들어가있지 않다.

    - 자신의 일을 과소평가하지도 않고 과대평가하지도 않으며 적정한 선을 지킨다.

    - "우린 할 일을 했어(We did our job)." 이 문장이 좋은 이유는 '나'가 아닌 '우리'라는 말로 모두의 일을 존중하고, 155명을 살린 기적이 그저 본인의 '일'이었다고 표현했기 때문이다.

    - 주류의 문법을 배우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오리지널리티를 만들어서 독자적인 노선을 일구는 데 더 힘을 쓰기로 결정한 것이다. 

    - 살아가는 과정이 순탄치는 않겠지만, 대신에 얻게 된 제약 없는 자유를 만끽하고 싶다. 그리고 이 자유로움을 사람들에게도 전하고 싶다. 굳이 남들의 인정을 받는 주류로 살지 않아도 괜찮다고, 다른 방법도 있다고 말이다.

    - 약간의 경험이 쌓이자 자동반사적으로 편견과 선입견을 만들어서 상대를 겪기도 전에 나 혼자 평가해버렸다. 외부에 있던 그들은 적이 아니라 같은 편이었는지도 모른다.

    - 하지만 바깥세상은 생각보다 만만하다. 내 실수를 타박하고 갑질하는 어른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초심자에게 너그럽게 길을 알려주는 어른들도 많다. 그러다가 꼰대를 만났다면 다시 그 부분만 두껍고 높은 장벽을 세우면 된다. 그러니까 꼰대를 피하기 위해 라푼젤의 성 같은 요새에 나를 가두는 것보다는, 낮은 담장을 지어서 특정한 지점만 사냥개를 배치시키는 전략으로 가는 편이 더 낫다. 이것을 알고 나니 괜히 어금니에 들어가 있던 힘이 빠진다.

    - 그러나 내 성과의 기준은 행복과 즐거움에 있다. 지금 하는 일 덕분에 내가 얼마나 행복하냐가 내 성과 지표다. 지금은 문명특급을 만들면서 충분히 즐겁게 일하고 있으니 나로서는 성과를 달성한 거다. 만약 PD를 그만두게 된다면 그때는 이 일이 더 이상 즐겁지 않을 때일 것이다.

    - 자신들의 조언대로 하지 않으면 아예 믿어주지 않는 거다. 어리석고 아직 뭘 몰라서 그런다며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인다. 그런 분들에게 나는 내 기준도 맞다는 걸 계속해서 증명해야 할 것 같은 노이로제가 생긴다.

    - 믿어주지 않는 사람들에게 나를 계속 증명해야 하는 일은 아주 피곤하고 에너지 소모가 심하다. 하지만 증명하지 않으면 그들이 조언하는 방식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 정말 웃기는 건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이 꼭 조언을 한다는 거다. 자신도 무서워서 안 가본 길인데 세상 모든 길을 다 걸어본 것처럼 말한다. 정작 그 길을 걸어본 사람들은 굳이 조언하지 않는다. 그 목표에 도달하는 길이 자신이 걸어본 길 말고도 아주 다양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 "잘하는 것을 하면 돼"라는 태연한 한마디에 괜히 배신감이 들고 위축된다면, 나처럼 못하는 것부터 지워가며 최악을 피할 수 있는 직업을 찾아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잘 하는 걸 억지로 찾으려다보면 자괴감에 빠질 수 있다. 또 잘하는 걸 더욱 잘하려고 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스트레스를 받는다.

    - 앞으로도 못하는 일은 그냥 안하면서 살 것이다. 나 말고 잘하는 사람이 세상천지에 널렸는데 나까지 뭐 하러 잘하려고 아득바득 애쓰며 살아야 하나 싶다. 대신에 내가 잘못하는 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구하고, 누군가 나에게 도와달라고 하면 기꺼이 도와주면서 상호보완적인 인간관계를 만들고 싶다. 어태껏 나는 못하는 걸 포기하면서 생존하는 대신에 누군가와 협업하는 능력을 키우는 중이다.

    - 결론적으로는 내가 제일 못하는 일을 함께라서 잘할 수 있게 됐다. 반대로 감독님들은 신선한 기획에 참여해서 즐거웠다는 의견을 주셨다. 내가 가진 새로운 아이디어와 높은 역량을 가진 전문가들이 합쳐져 서로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 능력 위주로 인정을 받는 사회 속에서 태어난 우리는 세상에 태어난 이상 무엇 하나는 자신 있게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 휩싸이게 된다. 아마도 태어났을 때부터 뭐 하나라도 잘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자랐기 때문 아닐까. 그래서 잘해내지 못했을 때 열등감이 폭발하고 자신과 비교되는 사람을 난도질하는 방식으로 분노를 푸는 갈등도 일어난다.
    자신 있는 일이 하나도 없어도 자신 없는 일을 지워가며 내가 할 일을 찾아내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여 타인에게 도움을 구할 수 있는 것도 용기라 인정받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그렇게 성장한 능력으로 또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동료가 많아지면 좋겠다.

    - 우리에게 위기가 왔을 때 영웅을 바라기 보다는 개인이 어떠한 직업윤리를 갖고 어떤 자세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 그것에 대해 토론해야 하고 교육해야 한다.

    - 하지만 매일 내 자리를 보전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서 영웅이 되길 바란 적도 없다. 그런데 어른들은 최고, 대표, 영웅 이런 수식어를 누군가에게 꼭 붙이고 싶어 한다. 그러다 고꾸라지면 도와주지도 않고 도망가는 사례를 많이 봤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나에게 최고가 되라는 이야기는 안 했으면 좋겠다. 그것보단 "잘 버티고 있어!"라는 말이 심장을 짜릿하게 만드는 적절한 칭찬이다.

    - 팀원에게 의지한다는 건 그들을 믿는다는 감정, 즉 팀원들의 능력을 진실로 신뢰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책임질 일이 생겼을 때 팀원들에게 떠넘기는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

    - 팀장 한 명의 능력이 특출 나서 개인기를 발휘하는 팀이 될 수도 있겠으나 달리기 경주에서 혼자 달리는 사람은 절대 릴레이 팀을 이기지 못한다.

    - 무조건 새롭기만 한 게 창의적인 것이라 믿었는데, 아니었다. 새로움과 익숙함 사이에서 저울질하며 가장 좋은 균형을 찾아내는 것이 제일 창의적인 기획이다.

    - 하루아침에 열매가 뚝 떨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세상에 그런 일을은 벌어지지 않는다. 만약 촬영 데이터가 날아가서 하루 만에 다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면 기획부터 편집까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 평소에 기획하는 훈련이 되어 있고 편집을 빠르게 끝내는 훈련이 되어 있어야 단 하루가 주어지더라도 수습이 가능하다.

    - 행운을 얻었으니 그때 얻은 불행만큼 행운이 채워진 거라고 믿는다. 그런데 반대로 큰 행운이 오면 언젠가부터 불안해졌다. '이 정도의 불행도 곧 올 텐데 어쩌지?' 그래서 나에게 큰 행운이 온 날은 이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떼어줬다. 인센티브를 받은 날에는 가족과 지인들에게 줄 선물을 샀다. 큰 상을 받은 날에는 팀원들과 상금과 성취를 나눴다. 행운을 적당히 써 버려서 남은 만큼의 불행이 나에게 오도록 하는 작전이다.

    - 경제적 독립이라고 하는 것은 돈을 많이 벌어서 자수성가하라는 뜻이 아니라, 자신이 주체가 돼서 용감히 생활하라는 뜻이다. 사회적 독립이라고 하는 것은 세상에 나를 억지로 맞추는 게 아니라 내가 생긴 모양대로 당당히 맞서라는 뜻이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