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버전 2를 시작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 창이 떴을 때, 건너뛰기를 누르고 하던 게임을 그대로 계속할 수도 있었다. 그냥 살던 대로 살고, 하던 대로 할 수도 있었다. 내가 버전을 올려 이 수수께끼 같은 게임을 해보려는 이유는, 내 가슴속에 꿈틀대는 다른 가능성을 열어보지도 못하고 이 생을 끝내게 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가진 씨앗 중의 일부를 꽃피워 보았지만, 나머지 부분들을 마저 키워보고 싶다. 나를 이해하고 구석구석 탐험하면서 나의 전체로서 살아보고 싶다.
14. 마지막 박스는 내가 뒤로 물러났을 때 비로소 눈에 들어온 삶의 모습들이다. 그 한가운데 있을 때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다. 우리가 가슴 설레며 기다리는 모든 여행처럼 인생이라는 여행 역시 끝이 있다. 여행의 유한성을 자각하고 남겨진 시간을 인식할 때 우리의 여행은 변하고, 삶의 우선순위는 바뀐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거나, 일상은 꽉 차 있지만 내면은 공허하다고 느낀다면, 여행의 마지막 날을 상상해 보면 어떨까? 우리가 오늘을 사는 방식은 어떻게 달라질까?
당신의 삶의 여행에 행운이 함께 하기를, 부디 걱정은 내려놓고 여행은 즐기기를, 무한히 자유롭기를 마음속 깊이 빈다.
26. 나는 이제 살기 위해서, 그리고 제대로 숨쉬기 위해서 비워내야 했다. 안 쓰고 오래된 것들을 버리며 집 안 대청소를 하듯, 나에게 필요 없고 도움도 안 되는 낡고 거추장스러운 머릿속 짐들을 하나씩 버려나갔다.
31. ‘나’라는 것은 주어진 이상향을 보고 따라 그린 그림과 같아서, 중요한 것은 최대한 보기에 멋지고 훌륭한 나를 그리는 일이었다. 그렇게 세상에 내세울 수 있는 그 일부분의 만들어진 모습만 허용하면서 오래 살았다. 나는 여태껏 단 한 번도 나 자신과 조건 없이 사랑하고 믿어주는 관계를 갖지 못했다.
그것을 깨닫고 그 사실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나는 깊은 슬픔을 느꼈다. 가슴 한가운데가 아파오고 후회가 파도처럼 일어났다.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너무 미안했다. 내게 일어났던 몸과 마음의 문제는 아마 여기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에게조차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은 언젠가 한 번 탈이 나게 마련이다.
32. 그녀는 처음으로 날것 그대로의 자신을 본다. 그리고 그렇게 맨얼굴의 자신을 마주하면서 그녀는 조금씩 예전의 자신과 과거라는 이름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기 시작한다. 셰릴은 결국 자신을 용서하고 보듬어 안고 치유한다.
36. 나를 지키고 지탱하고 있던 경계와 울타리가 무너질 때 나는 처음에는 무섭고 혼란스러웠지만, 이내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자유와 가벼움을 맛보았다. 다른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생각들과 얼마 후면 효력과 인기가 다할 세상의 훈수들에 벌벌 떨지도 않고 눈치도 보지 않겠다는 결심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그렇게 누군가의 따라쟁이나 노예가 되는 대신, 내 목소리와 소망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는 내 안의 지혜가 나침반이 될 것이다.
40. 실제로 두려움의 실체란 많은 부분 부풀려져 있었다.
41. 인간에게 주어진 이 유한한 시간 동안 계속 전쟁 영화만 찍고 싶지는 않다. 나는 인간 생의 다른 드라마를 살 수 있는 새로운 배역을 찾을 것이다.
44. 자신 속의 낡은 것들을 계속해서 꺼내어 버림으로써 우리는 과거로부터 벗어난다. 그리고 미래와 가능성을 향해 전진할 새로운 공간을 얻는다. 인간이 만든 모든 것에는 유효 기간이 있다. 생각도, 체제도, 윤리도 마찬가지다. 효용이 다하면 우리는 그 도구들을 버려야 한다.
45. 내 안에서 들리는 남의 목소리를 알아차릴 때, 나와 남을 향하는 기대와 평가가 영원히 도는 쳇바퀴임을 깨달을 때, 우리는 경계와 틀의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를 산다.
45. 어떤 것은 큰 쓰임과 울타리가 되었고, 어떤 것은 나를 옭아매고는 지치게 만들었다. 앞으로도 무엇을 지키고 또 버릴 것인지를 계속 고민하며 살 것이다. 당신은 지금 무엇에 기대어 사는가? 당신의 생각과 믿음은 당신을 지켜주는가 혹은 구속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