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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자에 푹 끓인 보리차 같은 삶을 살고 싶어say 2021. 10. 4. 12:04
주전자에 푹 끓인 보리차 같은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냥 맹물이 아닌, 구수하고 깊은 보리차같은 삶. 근데 또 정수기가 아닌 주전자에 폴폴 팔팔 끓인 보리차. 어렸을 때부터 나는 주전자에 끓인 물을 많이 먹었다. 주전자로 끓인 결명자차, 보리차, 우엉차 등등. 난 그렇게 끓인 물을 자주 먹으며 좋아했다. 때문인지 지금도 푹 끓인 물을 주는 음식점을 우연히 발견했을 때는 음식과 반찬이 나오기 전부터 호감도가 상승하곤 한다.
주전자에 푹 끓인 보리차 같은 삶은 어떤 삶일까. 퐁 하고 떠오른 생각을 한번 붙잡아 곱씹어 봤다. 우선, 주전자에 푹 끓인 보리차는 오래 걸린다. 하지만 풍미가 좋다. 그리고 처음에 넣은 수돗물이 팔팔 끓으며 정화될 뿐 아니라 뜨뜻했을 때 먹으면 속이 시원하게 내려가는 듯하다. 또한, 누군가의 손길이 담겼다. 우리 집은 다른 가족 구성원이 물을 끓일 때도 있었지만 주로 엄마가 그 역할을 담당했다. 엄마의 그 수고로움에 너무 고맙다. 아무튼 그런 주전자에 푹 끓인 보리차는 무척이나 포근하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간결한 느낌도 있고.
난 그런 삶을 살고 싶다. 꼭 보리차가 아니어도 되지만, 가끔은 결명자차나 우엉차가 되어도 좋지만, 주전자에 푹 끓이는 것만큼은 무조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오래 걸리더라도 풍미 좋은 것처럼 오래 걸려도 나만의 풍미가 있는 삶, 그리고 정성을 들인 삶, 따뜻한 삶, 포근한 삶, 간결한 삶. 손을 너무 꽉 움켜쥐고 있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손을 둘 수 있는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