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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eath~Life] 10. 이후의 삶도 꽤 근사할 것같아.
    tell 2021. 4. 27. 07:54

     

    나는 어렸을 때 죽음이 무서웠다. 솔직히 지금도 가끔은 무섭다. 하지만 그때는 정말 미치도록 무서웠다. 죽고 나면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들리지 못하고, 누구와도 이야기하지 못한 채 혼자 컴컴한 곳에 갇혀있는 것이라 생각해 무서웠다. 종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원에 대하여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어린 시절의 나는 죽고 나면 땅 속 관에 영원히 갇히는 줄 알았던 것이었다.

    그래서 어두운 밤에 혼자 이불속에 들어가 귀를 막고 눈을 감으며 죽음을 간접적으로 경험해보려 하기도 했다. 펑펑 울고 식은땀을 흘리면서 말이다. 왜 그리도 두려운 걸 경험해보려 했을까 싶지만 그때의 나는 갑작스럽게 무방비상태에서 죽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경험해보아 두려움을 떨치고 싶었던 것 같다. 근데 점점 나이라는 숫자가 올라가면서, 그리고 생이 쌓이면서 깨달았다. 그것만이 죽음이 아니라는 걸, 그렇게 보지도 못하고 들리지도 못하고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만이 죽음이 아니라는 걸. 나도 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죽음 이후에 대해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없다. 하지만 난 믿는다. 죽음 뒤에 찾아오는 새로운 세상은 꽤 근사할 거라고.

     

    "씨앗이 터질 때가 되면, 식물은 갑자기 낱낱으로 흩어진다. 그 순간 씨앗은 껍질 속에 갇혀 그렇게 오랫동안 좁게 누워 있던 상태가 파괴되는 것처럼 느낀다. 그러나 사실은 새 세상을 얻는다." 죽음은 우리가 살아서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이다. 껍질 속에 있던 씨앗들이 흩어져 새 세상을 얻듯이 우리는 죽음을 통해 더 넓은 우주로 나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것을 무서워하고 피할 까닭이 무엇인가? -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74p

     

     

     

    [D ~ L] D는 Death와 Dot을, L은 Life와 Line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죽음으로부터 인생을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가 찍는 점이 선이 되길 소망합니다. 우리의 발자국이 우리 개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연대의 선이 되길, 죽음을 통해 인생을 생각해보는 장이 부드러워지길, 많은 이들이 죽음을 생각하니 살고 싶어 졌다 말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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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ydia, Moje, Ji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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